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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은 채권 추심..

죽음을 앞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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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인지 모르겠다.  굉장힌 낡은 빌라를 딱 이런 느낌의 시간대에 내가 갔던거 같다.

그때의 사진은 당연히 없지만 이 사진이 딱 그때의 느낌과 비슷해서 아무거나 가져와봤다.

채무자 나이는 82년생 남자..전화도 거의 안받고 가면 뭐 뻔히 모친 면회해서 없는거만 확인후 나오는 수준..

그래도 모친은 갈때마다 씁쓸하게 웃으면서 그래요...전해줄께요 ㅎㅎ.. 하고 힘없이 들어가던것만 기억이 났다.

간혹 그냥 얘기한게 채무자가 어릴때부터 사고를 너무 많이 치고 뒷수습만 해주느라 돈 생겨도 수습하느라 다 썼다는거다. 모친 역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오는게 아주 익숙하고 또 우리가 누군지를 말은 안해도 아시는지 그냥 본인 하소연을 하신다.  참 안타까운 인생...사람은 사람마다 복이란게 있는거 같다. 배우자복 , 자식복 , 주위 인복, 돈복 뭐 등등

 

그때의 기억은 잘 안나지만 자식복이 참 없던분인 기억이다.  아들이 2명이었는데 큰 아들도 사고치고 다니다가 지금은 나가산다하고  둘째 아들이 채무자인데 이 아들 역시 사고만 치고  남편 역시 젊어서 사고 치고 지금은 아예 어디로 간지 알수도 없다는거다. 이 일을 하다보면 가족들과도 참 얘기를 많이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어디라고 밝히는건 아니지만 외로움때문인지 우리를 잡고 하소연 하는 사람이 많다. 

 

오히려 자기 아들때문에 이 늦은 시간에 고생한다고 미안하다며  요구르트까지 주신분이었다.

새벽에 공장으로 나가 18시까지 일하다가 오시고 번돈 대부분은 쓰지도 못하고 ...

 

여하튼 그 모친을 한 5번정도 본거 같았고  어느정도 우리에 대해 알기도 하시고 독촉장을 보내면  대납도 많이 하신분이었다. 

 

언젠가부터는 특별히 방문을 갈 필요도 없었으나 정말 오랜만에 갔었고 그날따라 아 기분도 너무 안좋고 이 집을 들어가기가 너무 너무 싫은거다.  그래도 모친을 뵈서 인사를 드리며 잘계셨냐 오랜만에뵙는다. 요즘에는 괜찮으셨는데 간만에 오게됐다. 다시 전해만달라  평소 같으면 본인 얘기를 하시며 또 하소연이나 채무자에 대해 얘기를 해주실텐데 정말 아무.............말 없이.... 눈동자에는 촛점도 없이 그냥 고개만 살짝 까닥...까닥....하고 아무말 없이 들어가시는거다... 

 

그 느낌이 정말 어땠냐면...

게리올드만의 드라큘라 영화에 나온 이런 모습이었다. 얼굴이 정말 하얗고 촛점이 없었다. 절대 평소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이상한데.....??? 라는 생각과 굉장히 섬뜩한 느낌이 아직도 느껴진다. 나도 그냥 더이상 말할 필요 없이 내려왔고 내려오면서 혓바닥에 머리카락이 걸린것처럼 굉장히 거슬리고 나와서도 계속 침뱉고 확인해봤지만 머리카락은 없었다.

 

차에 도착해서 안에 있는 물로 입을 여러번 행구었지만 계속 입안에 머리카락이 있는 기분..

너무 찝찝하고 기분도 안좋아서 바로 철수를 했고 며칠후에 채무자에게 전화를 하니 간만에 전화를 받고 한말이

어머니가 자살을 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탓을 좀 하며 그때 누가 왔었는지 물어봤고  제가 직접 갔었고 그런일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래도 말도 하고 요구르트도 주신분인데 그때는 정말 말도 없이 들어가셨다고....

 

대충 사망시간이 내가 철수하고 30분정도후에 자살하신거 같다.

아마 인생이 너무 너무 힘들고 지쳐서 이제는 그만하기전에 내가 딱 왔던거 같고 그 죽기전 표정이 얼굴에서 다 나온게 아닐까 생각한다. 

너무 안타까운 인생이다. 본인은 열심히 살았지만 가족이 안도와주는 그런 상황

그렇다고 자기 자식인데 이걸 버릴수도 없고...가져가기엔 너무 버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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